[기고] 북한의 핵 도발에 러시아가 침착한 이유

[기고] 북한의 핵 도발에 러시아가 침착한 이유

사진 출처: Vitaliy Ankov

러시아의 근동외교정책은 개입은 최소화하고 주변 국가들과 평화적 파트너 관계 유지하는 구소련의 노선을 상당 부분 계승했다.
구소련의 경우처럼, 러시아는 이라크, 시리아, 리비아, 이집트 등과 우호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1990~2000년대 러시아의 對이스라엘 관계가 러시아 내의 유대인 디아스포라를 기반으로 하여 발전적 방향으로 나아감에 따라,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갈등 조정에서 러시아는 적극적인 참여를 자제하게 된다. 그 결과 이집트가 두 국가의 문제해결에서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근동지역에서 러시아는 사회주의 체제들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을 중단했다. 그럼에도 이 지역 국가들과의 관계는 여전히 활발하게 유지되고 있다.

러시아는 근동지역 내의 변화를 이끌어낼 만한 정치적 역량을 근본적으로 포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근동 외교정책의 목표는 뚜렷하다. 하나는 근동 국가들과의 평화적 파트너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원활한 경제교류 상황을 창출하는 것이다. 이 과제를 수행함에 있어 상대국의 지정학적 위치는 고려 대상이 못된다.

물론 이집트 사태는 러시아도 예기치 못한 중대사였다. 왜냐하면 구소련 외교정책의 유산을 상속한 러시아에게 있어 이집트는 근동지역의 가장 확실한 파트너 국가였으며, 관광분야에서 보듯이 가장 활발한 경제교류가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동에서 우리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국가들 중 하나는 이집트다”라고 러시아 대통령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2010년 6월 러시아 주재 이집트 신임 대사의 신임장 접견식에서 언급했다.

하지만 2011년 1월 25일 첫 이집트 대중시위와 관련해서 그리고 호스니 무바라크 정부를 붕괴시면서 혼란사태가 정점으로 치달을 때에도 러시아 외무성은 본질적으로 기회주의적 입장을 취했다. 한 편으로 러시아는 오래된 듬직한 파트너인 호스니 무바라크를 지원하지 않으면서, 다른 한 편으로는 2011년 2월 3일에 이미 러시아 외무성은 이집트 야당 지도자들 중 한 명인 무하메드 엘 바라데이에게 건설적 대화를 통해 위기 해결 방법을 모색하자고 요청하였다. 2011년 2월 5일 러시아 외무장관 세르게이 라브로프는 이집트 안정화를 위한 범국민대화에 이집트의 모든 정치세력을 포함하자는 성명을 발표한다. 여기서도 러시아 지도부의 기회주의적 입장은 재확인되었다.

이것은 나약한 태도였다. 두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겠다. 첫 번째는 이집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러시아의 對이집트 태도가 일관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이집트에서 싸울 이유를 발견하지 못했고, 지도부는 사태의 해결을 갈등하는 양측에 전가하기에 바빴다. 두 번째는 이집트 사태가, 아랍 국가들의 혁명 흐름 전체와 마찬가지로, 러시아 지도부를 불안케 했다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러시아에서도 그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격동의 발생 원인이 끝까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러시아는 신중한 입장을 취하였다.

알려진 바대로, 러시아의 이런 입장은 리비아 사태의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발단이 되었다. 러시아가 리비아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졌고 구소련 외교정책 시대부터 이런 관계의 전통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폭동이 발발했을 때 리비아 사태의 해결을 위한 실질적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과거 유엔안보리가 프랑스의 주도로 對리비아 제제 방안에 대한 결의를 채택할 때, 러시아와 중국은 거부권을 행사하리라 많은 이들이 예측했다. 프랑스가 제안한 중재안은 리비아 반정부군에게 지나치게 유리했기 때문이며, 흔히 러시아와 중국은 안전보장이사회의 급진적 결의안들을 무마시켜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 러시아는 자국의 거부권을 사용하지 않았다. 러시아 지도부는 곧바로 모순적 입장들을 표명하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안보리 결의안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이를 “십자군 원정”과 비교하기도 했다. 반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푸틴의 성명을 비난했다. 러시아의 입장은 거부권을 행사하지도, 리비아 작전에 참여하지도 않는 것이며, 협상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밝혔다.

결국 이것은 이집트에서도 이미 확인되었던 입장이다. 개입 불가, 이해당사자들의 자발적 사태해결이라는 러시아 지도부의 노선은 유럽 국가들이 논쟁에 개입하지 않았던 상황에서는 그리 문제될 것은 없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지도부 분열에 대해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어떤 이견(異見)들이 발생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참여하에 정치적-외교적 수단을 통해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하자는 입장을 견지하였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는 2011년 4월 14일 리비아 사태에 대한 자신의 염려를 표명하면서 갈등이 무력으로 해결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였다.

러시아 지도부의 의견 불일치는 나토에서 리비아 문제에 대해 발생했던 분열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총리와 대통령의 의견 충돌로 인해 러시아가 겪은 정치적 손실은, 리비아 작전을 발의하여 프랑스가 받은 평판의 손해와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물론, 러시아의 입장은 주로 수동적이며, 러시아 지도부는 근동지역의 정치적 변화를 주도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양가적 (상반적)이다. 한 쪽에서 보면, 근동지역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킨다는 문제점을 갖는다. 그러나 다른 한 편으로 합리성을 유지한다는 장점 역시 갖는다. 갈등에 참여를 최소화하고 무력 분쟁에 개입하는 것을 예방함으로써 러시아는 지금 프랑스가 처한 그런 복잡한 상황에 빠질 위협이 없다. 이것은 근동지역에서 외교정책을 수행할 때 러시아에게 있어서 대외 정치적 위험요소를 현저히 낮추게 된다.

그래서 러시아는 앞으로도 근동 국가들과의 관계에서 그런 또는 그와 유사한 입장을 취할 것이다. 어떤 이유로, 어떤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러시아 지도부는 어느 한 쪽이 주도권을 갖는지 기다리면서 평화적 대화를 통한 조정자 역할을 제안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러시아로 하여금 갈등의 최종승리자와의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갈 수 있는 바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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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kr.sputnik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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